이한철(1812 1902)이 사용한 ‘꽃과 새’의 주제, 즉 화조도는 세부 묘사가 매우 치밀하여 화가의 뛰어난 관찰력과 사실 감각을 보여줍니다. 주제 묘사가 매우 섬세하고 민첩하며 그렇다고 정교함에서 빠지는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화가는 중국 명나라(1368 1644)로부터 유래된 기법을 재현하며 군청색 바탕과 은색 선을 이용한 그림을 대비시킵니다. 작품에서 표현된 주제 중에서도 특히 오리와 봉황은 같은 시기에 일부에서 ‘민화’라고 부르는 양식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품에서 시적이고 매우 장식적으로 처리된 이 전통적인 ‘꽃과 새’의 주제는 중국 송나라(960 1279)에서 유래된 장르입니다. 조선시대 한국에서 이 장르는 대나무, 풍경, 동물화, 인물화와 함께 도화원 입학시험의 5개 과목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볼륨 추구와 깊이 재생이라는 면에서 서양의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작품을 지배하는 고전적 주제와 주변의 자연 풍취는 단연코 고려시대(918 1392) 이후 발전되어온 한국인의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병풍의 오른쪽 폭에는 고위 관리이자 ‘도화원’ 소속이었던 이한철의 이름이 희원이라는 호로 적혀 있습니다. 자신의 시대에 도화원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추앙을 받은 화가는 문인화풍으로 그린 풍속화와 공식 초상화를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는 서양과 처음으로 접촉한 화가 세대에 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