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초상화는 자연주의와 심리 사실주의를 교묘하게 결합하고 있는 표현이 절제된 걸작품이다. 그림의 인물은 전체적으로 추상적인 분위기의 배경 위에 4:3 비율로 묘사되어 있다. 강렬한 눈빛과 엄숙함, 경륜과 연륜이 묻어 나오는 근엄한 얼굴에서 인물의 강한 이미지가 더욱 강조된다. 부각과 채색된 음영이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어 사진의 정밀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조선시대 말기의 전통 의상을 착용하고 있다 : 넉넉하고 밝은 긴 옷, 하늘색 허리띠로 졸라맨 허리, 검은색 탕건. 이런 차림새와 그 상징적 특성은 중국 당나라(618 907) 시대의 복식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신유교의 이상을 국가의 근간으로 삼은 조선왕조에서 문인계급을 특징짓는다. 작품의 우측 상단에 쓰여진 문구는 이 고위관리가 ‘풍은’이라는 가명을 쓰는 70세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도화원 소속의 전문 화가인 이한철(1812 1902, 1812 1910, 또는 1808 1910)은 여기에서 작품을 매우 강렬하게 그리고 있으며, 작품에서 표출되는 침착함과 인본 성격은 놀라울 정도이다. 작가는 한 원숙한 남성의 진실을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여 감성적으로 잘 포착하고 있으며, 당시 외부세계와 의도적으로 단절한 이 ‘은둔의 왕국’의 지식인들의 도덕적 엄격성을 드러내 보인다.

1845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이미 자신의 영역에서 경지에 오른 이 화가의 원숙미를 보여준다. 화가는 조선왕조 마지막 군주들의 어진 제작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 그림은 조선의 문신계급에 특유한 심리 초상화와 중국을 통해 한국에 전해진 서양 미술 특유의 환영주의가 조화롭게 결합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작품이다.